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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진짜 예술은 없다. 모든 것은 진실을 지칭할 수 없다. 진실이 진실이라고 말해지지 않을 때, 진실은 진실이 될 수 있는 소지를 지니게 된다. 영원한 변화는 서로가 다가가는 만큼 멀어진다. 그러한 속성은 사태가 빛에 다가가려는 것과 같은 의지로, 사태가 빛에 다가간 거리만큼 빛은 동일한 속도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이것은 진실이 함의하고 있는 근본적인 본질이다. 예술이 예술일 수 있는 것은, 예술이 예술이기를 확인한 적이 없는 인류의 역사에 기원을 둔다. 만약 단 한 번이라도 예술이 예술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인류는 어떠한 재현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파르메니데스는 ‘영원’을 나타낸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변화’를 나타낸다. 하나는 진실의 정지를 다른 하나는 진실의 생성을 의미한다. 세계의..
Preface 나는 '아이콘(특히 GUI)'에 대한 정리를 하는데 있어서, 다섯 명의 철학·사상가들로부터 개념과 용어들을 차용했다.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대해 그리고 재현성(mimesis)과 해석의 쾌 또 형상과 질료 등에 관한 개념, 브루디외의 사회적 장과 문화습속(아비투스적인)의 의미, 라캉의 상상계·상징계에 있어서의 모체(representation의 판타스마에 관해)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오이디푸스 적 욕망, 보드리야르와 레비스트로스의 한정교환, 일반교환 그리고 상상적 교환의 관계와 문화인류학적 의미에 있어서의 '여성'·'남성'교환에 있어서의 금기와 허용(교차사촌·평행사촌에 관한) 등에 대한 개념등을 빌어왔다. 그렇게 해서 이하로 일곱 가지 항목에 따라 함축된 텍스트로 아..
Work information 1984 and frame : moving fraxis composed running time 4minutes 25seconds (1minute 6seconds x 4times)
Artist note 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고 있다.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어제 하늘은 저기 떠 있고, 오늘 하늘은 여기 떠 있다. 내일 하늘은 어디 쯤 떠 있을 것인가?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란 귀납적 사고가, 머리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구름, 그렇다. 태양, 그렇다. 매양 같을 것이란 그들은, 조금 전이 다르고 후가 다르다. 하늘을 잊은 오늘날 사람은, 그들을 멀리한다. 있었던 것이다.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지키고 있을 것들이다. 무거운 자연이지만, 정말로 가벼운 존재들인 것이다. 그런지 홀로의 저항은 외롭다. 눈이 멀었다 생각을 하는가 하면, 사색을 멈춰 고개를 들지 않기도 한다. 사람에게 있어 하늘이란, 그제도, 그리고 태고적 부터도 있어왔던 것이다. 내일의 돌과 모래의 무덤은,..
“표현 좀 제대로 해봐. 어떤 의미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는 명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산다. 그것이 어떤 표현이든, 오늘날 사회는 정보전달에 있어 발신자의 명확함이 본래적 아르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불확실한 표현, 명료하지 않은 의미는 통상 속도의 시대에 있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 표현방식은 권력의 중심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며, 우유부단하고 정확하지 않다는 지탄을 받으며 사라지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상상의 발아가 명료함을 입기도 전, 대게의 경우는 사고의 초입서 그것의 탄생을 힘껏 밟아 버리곤 한다. 어눌한 무엇의 싹을 억압시켜, 세계-외-주체가 곡해될 수 있는 소지쯤은 스스로 속아내겠는 내면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그런 행동은 라캉에 따르..
우리는 자본주의가 가지는 한계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다. 디자이너 역시 자본에 종식된 자신의 한계에 대해 자조를 느끼면서도, 구조화된 기업과 그에 소속되어진 상관에 관한 틀(사용가치보다는 교환가치에 치중하게 되는)을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힘들다. 비난과 수긍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그 지점에는, 역설이라는 변수가 ‘상수’의 값으로 작용해 시시각각 우리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자본이라는 일방적 ‘금권의 힘’이 등장해, 이항의 대립 처음과 끝을 쉼 없이 자극하기도 한다. 부르디외는 자본을 세 가지로 규정한다. 첫째는 문화자본이고 둘째는 사회자본 그리고 셋째는 상징자본이다.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자본이란, 사회 공간(social space)에 있어서의 장(field)에 따라 각계에 발..
어느새 낙엽이 많이 떨어졌다. 뒷산 연희자락을 오르니 코가 맑다. 가을이 됐다. 행인들은 낙엽 밝은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강아지 몇 마리는 그것 위를 지나가며 사람과 같은 조야한 자박 소리를 낸다. 귀엽다. 소음이 재빨리 들리고 허공으로 사그라진다. 저만큼 떠 있는 어제의 입새는, 내일에 이르러 몸체를 떨어트려 지상으로 낙화를 시도할 것이다. 사방은 가을의 향연으로 난장을 치르는 중이다. 아름다우면서도 한 편 스산한 분위기다. 이맘이면, 이때의 기온 그리고 환경 등이 잔기를 발현시킨다. 꽃을 떨어트리거나 입새를 물들이는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엔그램(engram)의 작용이라 일컫는다. 엔그램이란, 외부의 환경에 의해 신체에 생기는 잔흔(residium) 또는 생체기를 의미한다.년 중 어느 시기라도, 때가..
무릎팍 도사를 보니, 안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효율성만 따진다면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 효율적인 사람이었겠죠. 14년간 의사생활이 경영에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고, 경영이 백신개발에 쓸모없는 것이기도 했지요." 효율성은 산업화 이후의 계몽사상과 흐름을 같이 한다. 효율성은 비합리 아닌 합리를 의미하고 계몽은 감성이 아닌 이성이 인간의 사고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먼저 합리를 살펴보자. 합리(rationality)는 라틴어 라치오(ratio)를 어원으로 두고 있다. 라치오는 분배라는 ‘ration’으로 발전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나누어 쪼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합리는, 행위로 보자면 거대한 하나를 분파시켜 나누어 분배한다는 것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외시(den..
아이가 엄마를 잃었다. 불안하다. 사위를 살피다 급기야 울음보를 터트린다. 엄마가 달려와 아이를 황망히 껴안는다. 아이의 불안은 사리지고 울음은 멈춘다. 유아기에 있어 아이들의 이러한 습성을 '분리불안 장애(separation anxiety disorder)'라고 일컫는다. 스마트폰이 손에서 멀어지면 우리는 불안증세를 느낀다. 집중이 안되고 신체의 일부, 또는 사고의 일부가 상실됐다는 착각도 일으킨다. 어떤 자는 이러한 불안을 '디지털 분리불안장애(digital separation anxiety disorder)'라고 명하기도 한다. 오늘날에 있어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몰입, 투사' 대상은 모친의 실체가 아닌 디지털 디바이스다. 이는 사이버로의 접속을 원할하게 해 주는 엑세스 포인트며 게이트 웨이의..
한 학생과 같은 버스를 타는 여정이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과를 잘 못 들어온 것 같다며 실용 디자인에 대한 푸념을 늘어논다. 그림 그릴 때는 행복하다, 하지만 실용적인 학문은 나와 맞지 않고 더욱이 그런 분위기에 소외를 느낀다고 말했다. 객이다. 낯선 것이다. 들뢰즈는 그런 것은 절름발이며 광인, 또는 낯선(insolite, uncanny)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 인자는 중심의 이동, 즉 데리다에 따르자면 전위의 전복인 셈이고 기성을 해체시키는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했었다. 나는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삶이란 규정되어진 것 즉 포메리움들에 대항하는 투쟁이라고 덧붙였다. 또 투쟁의 대상은 주체 외부만이 아닌 주체 내부의 것, 다시말해 단단하게 굳으려는 고목의 껍질과 같은 '개인'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