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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현우, 해진이와 얘기했다. 진중한 대화를 할 것도 아니었지만, 어찌 하다보니 그런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맛 없는 피자를 먹었다. 자리를 옮겨 새로 생겼다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코히야라는 간판이 보였다. 일어로, 커피라는 뜻이다. 큰 그림을 그렸다. 본능적이다. 얘기는, 갈등 대상에 있어 무작위적 대상이 된다. 끝은 그것을 마무리 하는 식으로 지도를 그려갔다. 원했던 것은 아니다. 오가는 대화가, 큰 여행의 지도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렇게 시작했다. 왜 분열할까? 갈등은 뭘까? 이념, 피안의 것 그리고 척점에 있는 천박하다는 유물적 속성, 유기물에 대한 충성 등. 둘은 경쟁하고 대립한다. 구분하는 것은 쉽다. 대상에 대해, 한쪽으로 육적인 것과 다른 한쪽으로 영적인 것을 나눠두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선..
인문학적 상상력은 분노했을 경우 발아한다. 평이한 지점서는 발아되지 않는다. 분노는,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 욕구다. 설득이고 해명이다. 연대를 통한 확인이며 기쁨이다. 그것은 쉼 없이 솟아나는 상상력이자 끝 없이 꿈틀거리는 '유형적 감정'이다. 분노 없는 창작은 껍데기다. 기만이다. 무기력이다. 어떤 사태가 발생했다. 이 경우, 대상으로의 사람들 자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기피, 둘째는 대응이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고 전제를 하자. 작가로서의 경험자는, 발생 인과에 관한 해석, 체현 시키고자 하는 이유 등에 대한 논리적 구성을 성실히 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 들어가 공감하고 경험하는 영육의 체득이 필요하다. 상식적이지 않은 현안은, 작가 스스로의 매체(신체와 감정)를 통해 발현시켜야..
몇 해 전 일이다. J가 꿈을 꿨다고 했다. 호랑이 꿈이라 했다. 흥미롭네, 하고 시큰둥 반응했다. 불현듯 왜 J의 꿈 얘기가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J의 호랑이가 지금의 나를 말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 호랑이는, 굶주려 있다고 했다. 먹이를 먹지 못해, 배가 등거죽에까지 붙어 있다했다. 몰골 형편 없는 그는, 부유한 집 대리석 돌 탁자 위에 올라가 슬프게 울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J의 꿈 얘기를 들으며, 그는 하나님을 상징하는 것이겠다 내심 생각했다. 그리고는 특별한 반응 없이 다른 얘기로 화제를 옮겼던 것 같다. 언젠가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는데, 머리 속 굶주린 호랑이가 떠올랐다. J의 꿈 속 그 호랑이였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호랑이의 우는 모습을 에워싸 구경하고 있..
Headwork 'the embodiment of metamorphosis ROH' 내 경우, 현장에 있는 것만 해석한다. 특별한 것을 제한다면, 외는 해석하지 않는다. 작품이란 작가를 통해 드러나는 반영이다. 반영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실 아닌 것도 아닌, 빛의 일렁임. 호수 위 잔상이거나 환상이다. 체현은 재현과 다르다. 그것은 사건과 피사체 등에 대한 작가라는 매체로의 신 해석이다. 체현은 사고나 표상 등으로 세계에 노출된다. 세계는, 작가 사념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음미하거나 감미 한다. 매체로서의 매질은 작가의 환경, 관념 속 연주에 따른다. 개성적이고 천양지차다. 작가의 소명이 무엇이었는지, 지향은 어디를 향했는지에 따라 각각 개별적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때로 양 극단에 구별되기고 하고..
나른하다. 졸립다. 전철 서 한동안 눈을 붙혔다. 읽으려고 했던 소세키 책도 무릎에 올린 채, 허망하게 눈 감고 있었다. 어느 역에선가 눈을 떴다. 신도림을 출발하고 있었다. 햇살이 강하다. 사람들은 적어, 전차는 한결 시원했다. 홀로인 사람, 나 처럼 눈을 감은 사람, 연인들 그리고 초로 등산객 등, 전철은 평범한 일상처럼 승객을 담아내고 있었다. 충격적이지 않았다. 놀라웠다. 그 정도였다. 어제 전해들은 말로, 놀란 심경은 여한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그랬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몇 개 장면이 생명을 받아, 사건 전개를 이어간다. 사람에 대한 측은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습관적인 용인, 관용은 무기력한 마음에 물을 붓는다. 그래서인지, 규정할 수 없는 기분으로 몸은 피곤만 ..
Two men look out through the same bars. One sees the mud and the other the stars. 12 Mediums : the mud and the stars, JUNGHO SUH 2010 Artist note 미디엄(medium)은 영매다. 절름발이는 신과 인간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네 개와 열 두 개는 세계 내 일정한 패턴을 그린다. 주변 아우르는 일련 법칙은, 분파로서 한 가지 영매를 분절시킨다. 첫째, 모든 것에는 리듬이 있다. 둘째, 비슷한 리듬은 모이고 나뉜다. 셋째, 뿌리는 열 두개, 줄기는 네 개, 잎은 하나로 구성된다. 꽃은 응축 된 한 가지 사고를 번식시킨다. 그것은 바라보는 자를 통해 규정되며, 경우의 해석에 따라 보이거나 보이지..
Sound 0001/ 1984 전철. 맞은 편 의자에 앉은 여자. 그녀는 이맘때는 내리지 않을 비를 바라보고 있다. 얇은 어깨가 슬픔에 젖어 있다. 조금은 늘어나 있다. 두터운 빗줄기는 상념이듯 그녀 흑색 동공에 몰려들어 있다. 그러다 어마, 하면 눈물을 터트려 강물 담은 방축을 무너뜨릴 태세로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난 여자 자태를 감상했다. 염치 불문 그녀 구석구석을 탐미하고 있던 것이다. 구두는 빨갛다. 끝은 도톰하다. 새빨간 윤기가 그 위로 빛난다. 정수리는 정직한 머리숱을 무수히 뿜어내고 있다. 고혹한 눈동자는 외형과 더불어 바다 같은 깊이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이 여자는 무엇 때문에 슬퍼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도달하자 그녀는 내 생각을 읽기라고 한 듯 고개를 돌리고 내..
Research note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생각났다. 오웰은 르포르타주 기법으로 글을 썼다. 영국 북부 지역 탄광, 그리고 위건 부두 등의 노역을 경험하고 글을 쓰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빈민이 노동자라는 기이한 등식이 성립됐던 이십세기 초엽, 오웰이 경험했던 것은 노동자들의 시간 허상이었다. 그랬을 것이다.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오웰에게 있어, 암막으로 가로막힌 사면에서의 채굴은, 그야말로 고역이었을 것이다. 허리 굽혀 수 킬로를 걸어가야 닿을 수 있는 막장, 그리고 매몰과 주검의 광시는, 빈민 노동자의 시간이 현시와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우리는 탄광을 생각할 때 깊이와 더위를, 암흑을 그리고 채벽을 파내는 시커메진 사람을 생각하되, 기어이 몇 킬로미터를 왔다 갔다 하는지는 생각해..
Artist note 소리와 영상, 그것이 규정되는 것은 '쯔뷔센(in between)'에 의해서다. 주도권 없다. 동시적이고 채현적이다. 관찰자는 사고에 대한 공감각적 수용, 또는 거부 등을 견지하면 된다. 불편하지 않다, 적당히 그 정도 정보로만 수집하면 되는 것이다. 표출은 대게 근본적인 이데올로기, 정치적 함의나 반향 등에 대한 사유의 채현이다. 그것은 소리며 영상, 또 텍스트 우선 등의 형식적 논고를 근거하지 않는다. 자유 사고에 기댈 뿐이다. 부담을 덜고 작품이 표출 됐을 때, 형식론자들 칼은 부분 부분을 절개한다. 재거나 다듬는다. 수용할 것은 어떤 부위로만이며 자신 편견에 근거 채현을 해석하려 든다. 방향이 잘못 됐다. 우선 순위에 대한 것은 형식주의자들의 후차적 편견에 의했던 것이라고 규..
Headwork_a panopticon in the net, neo-panopticon 벤담의 설계도가 선택됐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후대는, 판옵티콘을 벤담의 그것으로 회자시키고 있다. 공리라는 다소 궤변적 논리 위에, 인격이 훼손 된 그의 감옥 설계는 집요하면서 정교하다. 시대가 요구했던 그것은, 감시와 순응 또 숭고에 대한 인과론적 담론을 기묘하게 형성시킨다. 경찰서 근처도 가 본적 없는 내가 남대문서에 불려갔다. 회사 사태 때문이다. 경찰, 검찰 등의 조사는 표면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았다. 현안에 대한 답과 반성이 있다면 수사는 순조로운 수순을 밟을 터였다. 그러나 속내는 뒤틀려있었다. 그들 위협은 표상 적이지 않았지만, 대자 신념을 유린 할 만큼 강한 것이었다. 이따금 어둠에 찬 복도를 걸어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