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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현실의 습관이 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일 꿈을 현실의 연장이라고 본다면, 현실의 습관은 꿈속에서도 동일하게 작동을 할까? 난 그렇다고 본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어떤 경이로운 장면을 봤다고 치자. 나는 당장 카메라를 챙겨들고 그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애를 썼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이로운 장면을 기록하려는 평소 습관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그런 습관은 꿈속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점인데, 오늘 꾼 꿈이 그랬다. 누군가 외쳤다. “저쪽에 천국이 보여요!” 나는 카메라 본체를 챙겨들고, 70-200미리 줌렌즈를 본체에 장착하면서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우현 쪽으로 쏜살같이 뛰어갔다. 그러면서 ‘천국을 기록해야해. 조금 전에는 구름 틈새로 쏟아지던 기막힌 폭우장면을 놓치고 말았잖아? 이..
꿈에 관한 기록, 프롤로그 학교 도서관. 한 남학생이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면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입 꼬리를 비죽거리고 있다. ‘재미있는걸 보나?’ 웃음을 제어하지 못하는 남학생은, 급기야 뭉개진 얼굴 사이로 콧바람을 “푹” 하고 내뿜는다. 나는 필시, 스마트폰을 통해서 예능 영상 한 편을 보고 있겠거니 생각했다. 저 남학생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어떤 중력의 세계에 속해 있는지도 까먹은 채, 영상이 구현한 이야기 세계 속으로 몰입해 들어가 있는 중이다. ‘꿈을 꾸는 것과 영상을 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꿈은 가짜고 영상은 진짤까?’ 나는 그 순간, 새벽녘에 꾼 사실적인 꿈을 떠올리면서, 꿈과 영상의 차이점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했다. 꿈은 눈을 감은 채 어떤 장면을 보는 행위다. 반..
### 영상 구상 지난 10월 23일부터 약 열흘 간, 베를린에 머물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도 25년이 지났다. 다음 달 9일이 되면, 동서로 나눠진 3.4미터의 장벽이 무너진지 정확히 25주년이 된다. 베를린 곳곳은 상잔의 잔흔이 여전하다. 여느 베를린 음식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곤 하면, 몇몇 베를리너들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어떤 초로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하기도 한다. '100미터 앞에 우리 아버지 집이 있었다. 그런데 밤 8시가 되자 통행을 금지시켰다. 그 선은 장벽이 되었다. 그리고 28년이 지났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체크 포인트 찰리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그들은 지난..
촉감은 재질감을 전달해 주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온기를 느끼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온기는 동물의 장기처럼 내부를 지향합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 열정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습니다.
의지에는 두 가지 집중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발적 집중입니다. 두 번째는 강제적 집중입니다. 자발적 집중은 내파를 발생시킵니다. 강제적 집중은 외파를 발생시킵니다. 최초의 생각은 의지로부터 시작됩니다. 의지로부터 시작된 생각은, 사물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물은, 도상적 관점에서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내파(implosion))와 외파(explosion)의 흥미로운 순환입니다. 1982년 ‘Creative Think'라는 세미나에서 앨런케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People who are really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 스티브잡스가 인용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출근길에 청솔모를 보았습니다. 꼬리는 두툼하지만, 귀가 볼품없이 작습니다. 엄지손톱 크기랄까요? 웃음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청솔모의 귀가 작은 것은 청솔모 자신이 그렇게 생기기로 결심을 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의지는 사고에 영향을 끼칩니다. 사고는 형태를 형성시킵니다. 의지(willing)와 사고(thinking) 그리고 사물(thing)이라는 세 가지 삼각형은, 존재(being)라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청솔모의 귀가 그렇게 볼품없이 작은 것은, 청솔모 자신의 모태 의지로부터 출발을 합니다. 그러한 의지는 생각을 낳고, 생각은 사물이라는 유기물로 외시에 표출시킵니다. 모든 형태는, 최초의 의지로부터 출발을 하게 됩니다.
굿 디자인이란, 굿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잘 된 디자인이란, 잘 된 말을 건네는 디자인과 같습니다. 어떤 디자인이 말을 건넨다는 것은, 그 디자인이 본질적으로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그것을 사물의 ‘dike'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어떤 사물이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할 때, 사물은 생각을 전달해 냅니다. 생각을 전달하지 못하는 사물은 죽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물이든 사물 그 자체에는 사물의 존재이유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내포되어 있습니다. 가령 머그컵은 커피를 담을 수 있어야만 하고, 자동차 바퀴는 차량을 움직일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은 머그잔은 죽은 것이며, 그렇지 않은 자동차 바퀴는 죽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물의 성능이 정상적으로 발휘되고, 사물의 위치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을 때, 사물은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음식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음식입니다. 두 번째는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집중하게 만드는 음식입니다. 미술이나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상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나 디자인이 있는가하면, 다른 생각을 일으키는 작품이나 디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