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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지각과 개별지각의 결합, 아이콘 본문
보편지각과 개별지각의 결합, 아이콘
- 보편지각(common perception)과 개별지각(individual perception)의 결합, 아이콘
발신자는 수신자에게 대상을 지시한다. 지시받는 대상은, 사물의 보편적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형태와 의미의 관계 맺기를 통한 사물의 지시작용이다. 만약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잘못된 관계 맺기를 하거나 보편 범주를 벗어난 지칭으로 표현할 경우, 정상적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탁자 위에 토끼가 앉아 있다. 발신자는 그것을 보고, “탁자 위에 도끼가 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아이들에게 만지라고 말할 것이다.”하고 말을 하게 된다면, 수신자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사래를 치게 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발음 실수를 통한 발신자-수신자 사이의 미스 커뮤니케이션(miss communication)을 유발하게 되는 것으로서, 발음상 유사관계에 놓인 토끼와 도끼와 지시가, 실상은 전혀 다른 사물을 지칭해 내게 되기 때문이다. 또는 발신자가 탁자 위의 토끼를 오리로 인지하여 발화해 내려 한다면, 그것 역시 잘못된 의사소통이 되게 되고 만다. 왜냐하면 탁자 위에 놓인 토끼의 특징은,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한 토끼의 특성을 표출하고 있음으로 인해, 토끼 외는 다른 사물로 지각되어질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누가 지각하더라도 토끼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굿 커뮤니케이션은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 발신자는, 수신자들이 공통적으로 지각하고 있는 사물의 특징, 나아가 공시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언어의 법칙 속에서 한정되어질 때, 보편적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지시작용은 사물의 모양을 심상(bild)에 재현시키는 것이다. 재현된 심상은 현실의 사물을 이미지로 연상시켜 냄으로서, 발신자의 개물을 수신자의 대상과 일치시켜낸다. 발신자가 바라보는 그것은 수신자가 연상하는 그것과 동일하다. 그러한 범위를 조금 더 확대시켜 나가면, 다중이 참여하는 문화 또는 사회적 지평으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어, 구조주의적 연상의 틀을 이루어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구조적 연상의 틀은, 사회-문화적 도형의 모양을 형성시켜낼 수 있게 되는 것으로서, 보편적 아이콘으로 표현되게 됨으로 다중에 정박된다. 따라서 아이콘을 디자인하는 것은 다중의 지각을 추론한다는 것이며 사회-문화적 지평을 이해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아이콘의 대표성
아이콘은 재현된 형상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대표된 이미지는, 보편적 문화집단 내의 다중이 내면적 표상에 공시성을 띄는 것을 통하기도 하며, 반대로 특수적 문화집단 내의 다중이 내면적 표상에 통시성을 띄는 것을 통하기도 한다. 그것은 발신자(일반적으로 디자인 제작자)의 취향이 형태적이고 의미적이며, 문화적 해석 등에 따라 시의 적절하게 선택되어지는 조건이다.
두 번째, 아이콘의 형상성
아이콘은 사물 자체, 즉 개물을 지칭한다. 개물이란 눈앞에 있는 형상으로, 사물의 외형이 그렇게 생겼다는 것은 외형 자체가 구조적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모양 지어질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사물은 형상에 의해 설명되어지며, 그것은 본래의 기능을 추론할 수 있게 해 주는 모티브로 작용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아이콘의 호혜성
아이콘은 호혜성(reciprocality)의 체계를 지니고 있다. 호혜성은, 최초의 인류가 사회적 망 위에 결성했던 전승으로, 생물학적 연속인 혼례와 같은 인류의 문화적 습속을 통해 교환과 순환이라는 교역체계 위에 형성했던 관계 등을 뜻한다. 그 관계는 단수와 단수 관계인 한정교환 관계와 복수와 복수 관계인 일반교환 관계로 구분될 수 있다. 한정교환 관계는 이항성립조건 때, 일반교환 관계는 다항성립조건 때 형성된다.
네 번째, 아이콘의 운동성
아이콘은 정적·동적 운동을 동시에 내포한다. 아이콘의 정적운동은 사용가치의 기능적 논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대표적 이미지를 드러내며, 동적운동은 발신자-수신자의 양가적(ambivalent) 상징교환의 논리를 수행하는 것으로 대표적 이미지를 드러낸다. 정적운동은 차갑게 굳은 정지의 형상(eidos)을 나타내며, 동적운동은 뜨겁게 타는 활성의 질료(hyle)를 나타내기도 한다.
다섯 번째, 아이콘의 재현성
아이콘은 내면으로 표상되어진(representative) 실체(ousia)를, 재현(mimesis)시키는 행위다. 재현은 인식주체의 미적 감수성이 유발되는 모사성의 의미며, 다중으로서의 타자에 대한 ‘인지’, ‘깨달음’ 등에 관한 도덕적·참여적 행위가 되기도 한다. 또한 재현은 무질서에 숨겨진 질서의 의미를 찾아내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하며, 그것은 내면의 혼란한 표상성(representation)이 외면의 정리된 재현성으로 고착되어지는 형질의 변화(metamorphosis)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 되기도 한다.
여섯 번째, 아이콘의 수행성
아이콘의 수행은,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이 호혜적으로 주고받는 교환관계를 뜻한다. 아이콘의 수신자는 운동에너지가 내포된 이미지 그 자체가 돼, 질적 변화를 기다리는 인식대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반면 수행주체로서의 사람은, 필요조건으로서의 발신자로 존재해 대상을 관찰하는 행위자로서의 인식주체가 된다. 이러한 수-발신자 간의 상관관계는 일반적으로 인간에 대한 모체의 음부로 되돌아가려는 본능을 유발시켜, 한쪽은 여성성(2차원적 이미지 혹은 모태의 속성)의 형태를 다른 한쪽은 남성성(3차원적 운동 혹은 유아기의 속성)의 형태를 은유하는 것으로 그 수행성을 유도시킨다.
일곱 번째, 아이콘의 행위성
아이콘의 행위는 가능-태에서 현실-태로 실천·변화되는 것을 뜻한다. 가능-태는 가능성이 굳어있는 상태이지만 행위로서의 능력을 숨기고 있는 뒤나미스의 ‘실천’을 나타내며, 현실-태는 살아 움직이는 활동상태의 에네르게이아에 대한 ‘실천’을 나타낸다. 또한 가능-태는 인식주체의 불안정한 질료상태, 즉 마음의 ‘변화’를 드러내며, 현실-태는 인식대상에 반응하는 형상의 게네시스, 즉 질적인 변화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이항의 교환관계는, 인간 주체라는 필요충분조건과 같은 특수한 한정교환을 요구하게 되는데, 그것은 허용과 금기와 같은 주체와 대상의 원초적 교환단위(예를 들어 교차사촌과 평행사촌 간의 혼례에 대한 금기와 같은)에 있어서의 공시적 양상을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