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있다면 신의 권태 본문
Sound 0050/ 1984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지옥이야. 세계는 본래의 완벽한 정곡에서 불완전한 정점으로 이동하고 있어. 시간은 거스를 수 없잖아? 왜냐하면 비가역적 속성 때문에 그런 거지. 시간 이전의 모든 존재는 하나로부터 출발했었어. 그렇게 되고자 하는 섭리로부터 출발했던 거야. 그것은 일종의 개념 같은 것이었어. 마치 화가의 그림 그리는 행위 이전의 상상력 같은 것 말이지.
근자는 그 섭리가 정신에서 물질로 이동하기 시작했어. 어떤 연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최초의 신은 정신과 물질 사이의 상생이 유지되길 바랐었나봐. 그들에게 합의된 목적을 주입시켰고 한곳을 향해 달려가길 원했었겠지. 신은 대의적으론 정신에게 주도권을 단기적으론 물질에 주도권을 쥐어주었어. 그리고 티켓을 끊어줬지. 되돌아올 수 없는 편도 행 기차표. 그들이 탑승했던 것은 시계라는 기관사가 모는 운명의 기차였던 거야.
한동안 둘은 행복한 여행을 즐겼어. 소소한 여행 기쁨도 만끽했지. 하지만 모든 운명의 굴레엔 변주가 기다리잖니? 얼마가 지나 반목이 일었어.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던 거야. 단초는 그들의 친구들이었어. 기차는 탐욕의 별에 가장 먼저 정차했어. 그곳에 살던 물질의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운명의 기차 탑승을 요청했지. 상대를 존중했던 둘은 기꺼이 그의 탑승을 받아들였어. 이윽고 기차는 무위라는 별에 정차했지. 그곳에 살던 정신의 친구 역시 어떤 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듯 서둘러 열차의 탑승을 요구했지. 둘은 혼란스러웠어. 그렇지만 몇 번의 갑론을박을 벌이다 그들은 새 친구의 승차역시도 수락했었지. 그렇지만 그런 식의 요구는 이상하게도 계속 됐고 정신과 물질은 각자의 세력충당을 위한 공산으로 더 많은 친구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그들은 분파되고 있었지. 그리고 갈등이 생긴 거야. 어떤 사안을 동의해야만 할 경우 그들은 구분되어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길 원했었지. 각계는 이미 한명이 아닌 하나의 군무 꼴을 형성하고 있었던 거야. 그들은 발견했어. 대승적 주도권을 위한 그것이 어떤 것인지 누구도 몰랐지만 군집의 대오는 지켜져야만 했고 양 극은 끝없는 대립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이야.
묵묵히 기차를 몰던 시계는 화가 났어. 객석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나름대로의 묘수를 강구해냈지. 바로 기관실의 패업을 선언해버렸던 거야. 운명의 기차는 정상 쾌도를 이탈했고 승객은 그의 행동에 크게 동요했지. 산소가 떨어졌고 역병이 돌았어. 승객 절반은 기차를 떠나거나 외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어. 삽시간에 모든 것이 끔찍해졌지. 마치 지옥처럼 말이야. 시계는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었지만 그 자신은 단 일초라도 현재를 되돌릴만한 힘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그 역시 비정상적 항로의 운명을 위한 존재적 존재였을 뿐이었던 거야. 비뚤어진 타수는 빗나간 운항을 계속했어. 그들은 몰랐어. 이 소란이 이 갈등이 이 반목이 실은 자신들을 만든 창조주의 치밀한 계획 하에 있었음을 말이야. 슬프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 기차 속 또 다른 탑승객이 된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어. 당신은 정신이냐 그렇지 않으면 물질이냐, 뭐 그런 것.
정말 지옥과 같군. 그런데 천국 같은 지옥도 있을까?
있다면 ‘신의 권태’에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