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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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Sound of city

소년의 여자

스티붕이 2012. 7. 20. 13:10

Sound 0028/ 1984


연약한 것, 힘없는 것, 자그맣고 옹골차게 귀여운 것. 그것은 강인한 것이 지켜줘야 할 세계의 나약이다.


아니다. 나약한 것은 없다. 연약한 것도 없고 조야한 것도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위기의 순간, 단단해 진다. 강하게 변모해 스스로의 성벽을 쌓는다. 그것이 나약의 본래다. 또한 존재하는 것들의 본질이다. 이기다.


그러니 구분치 말라. 연하다 자책치 말고, 강하다 호언치 말라. 분별은 허세다. 오만은 껍데기며 빈민의 담배다. 세인의 세계는, 기실 이기적인 총체로 단단한 군집을 이뤄왔었다. 그렇게 발현해 왔다.


날 선 단도의 그대여. 그대는 당신의 연약한 부분, 남몰래 은밀한 부위에 새빨간 예봉을 숨긴 채 살아왔었다. 그러나 세계가 끝나는 마지막, 당신은 구분 지었던 가면을 뜯고 타자를 밟고 올라, 마지막 남은 구원방주, 정박된 함미에 오르기 위해 단도를 꺼내들겠지. 우둔한 자들은 당신의 나약한 가면에 속아, ‘난 강하다’ 자인하고는, 피 묻은 그대의 하이힐을 빨아 먹으리, 발과 머리가 뒤집힌 채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하고 소년이 여자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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