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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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Sound of city

외톨이

스티붕이 2012. 7. 19. 18:03

Sound 0006/ 1984


그는 외톨이였다. 공허하게 한 곳을 응시하고, 생의 기력을 뿜지 않는 방관자, 경쟁하지 않으세요? 하고 물으면, 나는 낙오자니까, 대답하는 무기력한 자. 패잔병의 두 팔이 나를 맞이했다. 그것은 자신 삶의 기력에 대한 유일한 투자 같았고, 나는 거부할 수 없는 조촐한 환영에 내 몸을 위탁시켜나갔다. 거대한 팔이 조몬 삼나무처럼 하늘로 솟아, 새들과 얘기 나눌 만치 무성하게 자라있다. 나는 팔의 어느 지점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영혼은 밝지만 육체가 어둡네, 내 거할 곳이 어디라니, 나는 한 뼘 서 있을 곳이 없으니, 외로운 영혼은 육체만큼 어두워지네.” 패잔병의 머리카락 한 올이 나에게 다가와, 외롭고 공허하다, 네 노래가 나를 더 노쇠하게 만들어 기분이 좋아, 내게 그것을 팔아다오, 하고 말했다. 나는 노래를 멈추고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신이 있어야할 자리에 신이 없으니, 나는 육신의 가면을 그 자리에 던져 놓았어요, 라고 기운 없이 대답했다. 그것이 네 잘못인가? 아니라면 나에게 네 노래를 팔아다오, 하고 두 번째 머리카락이 다가와 물었다. 자신의 축복이기에, 그렇다면 내가 네 노래를 사겠다, 세 번째 머리카락이 다가와 말했다. 내 잘못도 내 축복도 아닙니다, 나는 그들을 노려보듯 말하고는, 나무껍질 같이 단단한 팔위를 걸으며 패잔병 안면으로 뛰어갔다. 패잔병의 양 눈은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고, 아무런 동요 없이 우두망찰 공중의 여느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에게도 부패가, 맑은 영혼은 그의 눈 속에서만 응고되어 있으니, 땅 속에 묻힌 패잔병의 신세는 그 자신의 공허만큼 불행하다, 하고 여러 가지 위로를 떠올렸다. 나는, 그의 코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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