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그녀와 그들의 웃음소리 본문
Sound 0005/ 1984
나는 가슴이 아팠다. 내가 나에게 드리운 가식의 가면, 그것을 쓴 채, 그녀를 보고 있는 이 처지를, 그래서 보는 그녀의 눈 속은, 자신의 비밀을 숨기는 외줄의 곡예사였다. 나는 어색한 외줄의 흔들거림에서도, 그녀의 오만한 시선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으며, 나락의 끝에선 전장의 패잔병, 두 팔 속으로 빨려들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걷는 가식의 걸음걸음은, 그러다 문득, 여느 지점으로 하여 그녀 눈 안에 비친 본인의 면상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가면을 쓴 내 영혼의 일그러짐 이었다. 그녀의 그는 나를 바라보고는, 네 자신의 영혼을 결박했다 소리쳤고, 나는 그녀로 향한 걸음을 멈추어 팽팽한 외줄 위를 내려갔다, 흔들리지 않으리란 다짐과 함께. 그러자 가면이 나에게 물었다,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곡예사 당신? 나는 대답할 자신이 없어 나에게 달려갔다. 가면은 내 앞에, 그녀는 내 뒤에, 그들은 소리 내에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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