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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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Fugitive essays

구름 벚꽃

스티붕이 2011. 4. 26. 20:02


벚꽃이 지기 시작하자, 메모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비가 내렸다. 개화했던 꽃은 지고, 그 자리에 새파란 잎이 돋아났다. 흰 것이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퇴근을 하고 발전소를 향했다. 차량이 적었다. 인적은 드물어, 삼각대를 펼쳐도 행인들의 도보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 상태다. 나름의 장소를 잡았다. 새빨간 쇠기둥이 난 곳. 지난 겨울, 추운 날씨를 견디며 굴뚝 연기를 연방 찍던 장소다.

북풍이 강하다. 연기는 매양 북으로만 향한다. 잠시라도 다른 방향으로 갈 생각 없이, 오로지 북쪽으로만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마치 거대한 기류라도 흐르는 듯, 거의 한나절을 통틀어 북쪽으로만 항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셔터를 누르고 3분.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하다 오늘은 그다지 좋은 화면을 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 자책을 올렸다. 다른 장소를 찾거나, 좋은 날씨를 기다렸어야 한다. 여러가지 생각이 오가자, 몇 잎 걸린 벚꽃이 눈에 들었다.

여직 살아 있었구나. 몇 개의 벚꽃 잎이 남아 있어, 거친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삼각대를 흔들어 좋은 각도를 찾았다. 랜즈를 바꾸고, 멀리 굴뚝의 불빛만 들어오게 고정시킨 다음, 피사체의 심도를 얕게했다. 전면의 벚꽃은 초점이 강하다. 흐린 날씨, 얕은 심도, 피사체와의 조화 등이 안성맞춤을 이뤘다.

바람이 불어 카메라가 흔들거렸다. 공사장 인부가 등 뒤로와, 무얼하는지 살피고 지나간다. 제법 조용한 참견이다. 나는 인기척을 무시라도 하는 듯, 부러 등을 돌리지 않았다. 건너편 신호대기 중인 차량에서는 깊은 담배연기를 내 뿜으며 이쪽을 주의깊게 응시했다. 나는 차파라치라도 된 것인냥, 마냥 머쓱해만 한다. 촬영 행위는, 때로 민폐 때로 호기를 일으킬 대상의 파편으로만 규정되어 있을지 모른다. 인적 없는 곳을 찾아, 조용히 기록해야한다는 생각이 또 다시 무게를 더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여북 셔터가 불안했다. 기록되지 않고 있다, 카메라가 고장난 것이었다. 간헐적이긴 해도, 몇 분 두면 정상으로 되돌아오곤 하는 증세이긴 했다. 침착한 심경을 유지시켜 자리를 벗어났다. 차량을 타고 동리를 두어바퀴 돌았다. 그러는 사이, 번뜩 큰 고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원을 올리고 상태를 살폈다. 여직 반응이 없었다.

좋은 장면을 놓쳤다. 며칠 지나면, 몇 잎 남았던 벚꽃은 종적을 감추고 가지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공산이 떠올라, 원래의 자리로 재빨리 되돌아 갔다. 쇠빨간 쇠기둥 앞에서 연방 셔터를 눌렀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하지만 카메라는 숨을 쉬지 않았다.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고장은 이전 것들과는 달리 단단히 심각한 고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카메라를 챙겨 센터를 향했다. 비는 여전히 주적주적, 일본 원전에 대한 영향으로 비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 됐다고 보도 됐다. 그런 것도 아랑곳 없이, 비상 깜빡이를 킨 차량을 뒤로하고 빗속을 쉬지않고 달려갔다. 늦은 오후, 도심은 퇴근 정장의 남녀로 주변에 흩날렸다. 회색빛 하늘이 도심을 감싸고, 바쁜 사람들은 도심 속 발자취에 사라져갔다.

구름, 벚꽃 생각에 심경이 채근됐다. 남들이 보면 괜한 걱정. 하지만 오늘 구름. 오늘 벚꽃. 오늘의 북풍은 지금 떠나면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굴뚝 연기는 북녘을 향했고, 계절은 하루를 덧입어 또 다른 면을 기워내고 말 것이다. 그런 걱정은 소쇠한 것이다. 큰 것은, 당시의 오늘된 나로서의 대자됐던 그 굴뚝에 대한 불일치로의 불만인 것이다. 솔직할 수 없는 것, 비껴 갔다는 것. 현존의 사라짐 등 말이다.

발걸음은 속도를 더했다. 비는 안경을 쳤고, 사람은 바빴다. 봄이 지나고 있는 중이었다.

The cherry blossoms were vanish into vap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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