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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Fugitive essays

갤러리 삼매경, 라멘 한사발

스티붕이 2010. 3. 3. 02:32

시기도 된 지라 일요일, 느즈막한 저녁 홍대 주변을 배회했다. 산울림 소극장 부근에 있는 작가 작업실도 기웃거리고 갤러리 행색으로 보이는 어느 빈방, 또 1000/60 이라는 타이틀의 월세 뉘앙스 갤러리도 들여다 본다. 마땅한 장소가 없다, 전시 공간.

우스개로 그랬다. 주차장도 이 면적이라면 좋을 텐데, 하고 보도 가로 아무렇게나 있는 차고를 가르키며 말했다. 머리는 벌써 솟아, 펼쳐진 전면 유리가 장면을 구상했다. 그러니 주변에 뵈는 건물 보다는, 이제는 조그만 면적, 말하자면 삼청동의 코너 갤러리 쯤의 대안식 장소가 눈 앞에 부상해 버리는 격도 되었던 것이다.

어스름 달빛이 떴다. 공기가 차다. 춘 삼월 내일이 봄인데, 여직 한기는 가득하다. 성현과 '요시'라는 일식 라멘집에 들어갔다. 한사발 뜨끈한 것을 비워냈다. 새콤한 고로케, 전시 생각도 탐색 전 삼매경에는, 역시나 식후라는 생각에 모든 걸 잇게 만들고 말았다. 거리로 쏘아져 나오니, 이제는 시큼한 커피도 당겨, 차를 타고 기어이 성현 집 부근의 커피 가게로 향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만한 면적에는, 넓은 동리, 여직 마땅한 전시장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조금 격할 노릇이다, 하고 성현과 푸념만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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