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불꽃과 나 본문

Visual researchs/Artist notes

불꽃과 나

스티붕이 2011. 2. 4. 16:55


  "그렇다.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안다. 불꽃처럼 탐욕스럽게 나는 나를 불사르고 소멸시킨다. 빛은 내가 붙잡고 있는 모든 것, 숯은 내가 놓아 버리는 모든 것. 불꽃이야 말로 정말이지 나다." - 니체 <즐거운 학문>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억울했다. 해명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무엇이 있어, 나는 입을 다물고 내장을 터뜨렸다. 군무의 일방적 편승은, 여론의 편견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내 주위로 몰려들어 조롱했고, 비난 웃음 등을 면전 위에 내던졌다. 나는 그들 비웃음이 당연하다는 듯, 미소 짓고 동조했다. 무지한 척, 천치 같은 이빨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광대였다. 군무 유머의 표상이었다. 짙은 화장을 하고, 씁쓸한 웃음으로 예의 환대하는 것이다. 사색하던 영혼은 사라졌다. 가면이 남아, 무대 위를 맴돌았다. 객석 군무의 대게는, 얼빠진 내 표정에 열광했고, 또 폭소했다. 때로 몸을 젖혀 웃고, 참을 수 없다는 듯 배를 잡아 객석도 나뒹굴었다. 군무가 지탄하면, 난 웃고, 군무가 힐난하면 난 윙크했다. 그것은 일종의 방어기재였다. 고독하지 않으려는 당위로서의 방증.

  혼자만의 방으로 되돌아가면, 그러나 견딜 수 없는 고독이 전신을 파고들어, 나는 고통에 괴로워했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왜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가? 육신 내부는 썩어있었다. 겉과 속이 다른 마지막 심장은, 비참한 몸부림에 고름을 터뜨렸다. 나는 이빨 틈으로 쏟아질 더러운 유충을 떠올리며, 즉자를 속인 채 냄새 따윈 없었어, 하고 달래듯 부인했다. 즉자는 겸양의 의미로, 고도의 어둠도 촛불 하나에 사라진다며 나를 감싸 위로했다.

  날이 밝아 해가 뜨면, 발걸음은, 지난 흑암이라고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냥, 방을 나와 무대를 향했다. 조명은 켜졌고, 군무는 객석을 메우고 있었다. 그즈음 요란한 향연 식전을 시기라도 하는 듯, 한줄기 태양이 낡은 창틀로 스며들었다. 조야한 먼지가, 공중을 비상했다.

  나는 다시금 배시시 웃어, 썩은 내부로부터 달아났다. 겉만 읽던 외형 군무는, 암막이 내릴 때를 기다려, 무대 위에 동전을 내던졌다. 화색 만연한 내 표정은, 엿장수처럼 끈끈한 웃음에 반색했다. 나는 고개 숙여 군무에 화답했고, 몸을 낮춰 바닥을 기었다. 뜨거운 눈물이 양 볼을 적셨다. 조악한 입술은, 초라하게 떨렸다. 심장에 기생했던 유충 수백 마리는 이빨 틈으로 쏟아져, 나는 황망히 입술을 매 틀었다. 유충은 등을 뚫고 무대를 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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