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청주,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 본문
1년이 지나갑니다. 12월 30일이니까, 내일이면 올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십대 시절 언젠가, 작은 방구석에 드러누워 일기를 쓰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도 지금과 같은 연말이었는데요, 1분 1초를 아까워하며 일기를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카운트 다운을 외치며 일기장에 글자로 기록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했던 추억입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갑니다. 청주대학교로 자리를 옮긴지도 3년이 되어 가네요. 지난 2020년 3월부터 학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했으니까 이번 학기까지 꼬박 6학기를 채웠습니다. 처음 1년은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수 없었고, 그 다음해 부터는 절반은 오프라인으로 나머지 절반은 온라인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그러다 정상적인 대면 수업을 진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네요. 그렇게 3년이 무심하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제 학교를 옮기려 합니다. 정든 이곳을 떠나려합니다. 아이폰으로 찍었던 사진을 바라볼 때면, 서울에서 찍었던 사진보다 청주에서 찍은 사진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다소 기묘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 하나? 그럴 줄 알았으면 서울에서 보다 많은 추억을 담아올걸,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제 이곳 생활을 정리해야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왠지 아쉬워 지는 건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청주대학교에서의 교편과 연구생활을 접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그야말로 시원섭섭합니다.
새롭게 옮기는 대학은 가천대학교 입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선택했습니다. 제 삶의 통찰을 믿고,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이끌림을 따랐습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소명을 이루어 나가고자 합니다.
지난 1년을 떠올리면, 이렇게 지난 3년의 세월이 고구가 줄기처럼 따라옵니다. 한 해도 아쉬운데 두 해까지 얹혀지니, 마음 정리도 두세 배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청주대학교에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전공의 선배 교수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 은혜,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학생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늘 겸손하고 공정하게 대하고자 했지만, 왠지 정 없는 스승으로 보였을 수 있겠다는 마음의 짐 그리고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온 그 우직함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글쎄요. 하루하루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삽니다. 삶이란 제가 받았던 것을 기억하면서, 하루하루 받은 것을 은혜로 되돌려 주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러지요. 삶은 고난이고, 생은 고해의 바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면도 있지만, 저는 다른 면을 보고 싶습니다. 삶은 배움이고, 생은 감사의 바다라고 말이지요. 받은 사랑, 받은 관심, 받은 재정 등을 고루고루 나누어 축복의 통로가 되겠습니다.
2023년이 되면 새로운 해가 뜹니다. 이곳 청주의 생활에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알고 지냈던 모둔 분들에게 축복의 기도를 드립니다. 새로운 곳에 가서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이렇게 2022년의 마지막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삶과 생, 자연 모두에게 사랑을 나누고, 동시에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