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빠르지만 천천히, 모순이 필요할 때 본문
2020년 5월 11일 월요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로 9주차 수업을 맞이한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실험실습실기를 기반으로 한 수업의 경우 면대면 수업이 확실시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 이태원 쪽 66번 감염자 및 접촉자들의 확산에 따라 주말 사이에 불안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당장 이번 주 수요일 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필두로 단계적 개학을 이어간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대학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실험실습실기 수업의 경우 오늘, 즉 월요일부터 개강을 허락했지만, 전날 학교 본부와 관련 전공의 비상대책이 오랫동안 이어진걸 보면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오전 9시에 예대신관에 들어오니 부총장님과 학장님이 조교선생님들과 도열해 계셨다. 부총장님은 “오늘 수업 있어요?” 하고 예의 웃으며 인사를 건냈고 나는 “아뇨, 보고서 때문에 왔습니다"하고 고생하신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전날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 직접 실기하는 단과대로 오셔서 점검을 하고 계신 터였다. 당초 면대면 개학을 연기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지만, 오늘부터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대학 인근에 내려온 학생들의 불만이 예상되는 등 소란이 적지 않았던 듯 하다. 반면 신입생 학부모는 학교의 등교 방침에 불만을 품고 항의 전화도 왔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초등학교 개학이 27일로 미뤄졌대"하면서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초 20일로 예정되었던 초등 저학년들의 개학일도 결국 1주일 미뤄지고 만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학년의 등교는 사실상 연기되고 조정되는 등 지난 금요일 이태원 발 코로나19의 여파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앞서 언급했던 대로 실습을 선도적으로 개방을 강행했다. 내가 있는 4층도 패션디자인과의 경우 일부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전공은 온라인을 2주간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지난 주 화요일, 수업을 듣는수강생 전원에게 ‘줌'을 활용한 온라인 화상 수업을 공지했다. 당시는 이태원 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으로, 한 교수님은 오프라인 수업을 하지 왜 그랬냐며 우스개로 핀잔을 누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감은 정확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기시감이 원격 강의를 활용한 2주간의 연장으로 뇌리서 나왔던 터라, 금주 들어 가슴 한편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왜냐하면 이미 공지를 내린 교수님들의 경우 또 다시 재공지를 올리고 확산시켜야 하는 번거로움과 학생들의 혼선과 불편이 예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쎄. 돌 다리도 두드리고 건널 때는 그럴 필요가 있다. 빠른 것도 좋지만 때론 느리게 가는 것도 좋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에선 더욱 그렇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꼼꼼하게 쓰지 않던 마스크도 며칠 전부터 '매우 꼼꼼하게' 착용한다. 그간 잘 착용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이, 학교 개강을 앞두고 드러나 이전에 내게 섭섭함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