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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비존재의 존재(1984, unexist exist)

스티붕이 2014. 5. 11. 15:04



윈스턴과 줄리아

1절. 전쟁이 거짓이라고 해도,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2절. 전쟁은 승리가 아니라 지속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3절. 오늘날의 전쟁 행위의 본질은, 인간 노동의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다.

4절. 계급 사회는 빈곤과 무지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

5절. 원칙적으로 전쟁은 항상 사회를 아사 직전까지 몰고 가도록 계획된다.

6절. 전쟁이란 지배세력이 자기국민과 벌이는 싸움이다.

7절. 전쟁의 목적은 적국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사회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8절. 진실은 진실이고 거짓은 거짓이다.(There's truth and there's untruth)

9절. 소수파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쳤다고 할 수 없다.

10절. 윈스턴은 줄리아에게 묻는다. 어떻게(how)는 알겠는데, 왜(why)는 모르겠다.

11절. 시간이 모든 것을 고쳐준다지만 잊을 수 있다고 말 하지만 미소와 눈물이 해를 거듭해 내 가슴을 여전히 쥐어짠다.

12절. 펑퍼짐한 몸매의 아주머니. 그것이 저 여자만의 아름다움이다. 미래는 저 여인의 것이다. 우리는 죽어 있다.

13절. 훈련된 정신만이 현실을 볼 수 있다.

14절. 훈련된 정신이란 주문과 같다.

15절. 나는 주문의 선동에 속음으로서 행복을 느낀다.

16절. 현실이란 결국은 인간의 정신 속에만 있다.

17절. 권력은 인간의 정신을 조각내서 권력이 원하는 모양으로 재조립하는 것이다.

18절. 권력은 수단(a mean)이 아니라 목적(an end)이다.

19절. 개인은 한낱 세포에 지나지 않는다.

20절. 저항하는 인간은 최후의 인간이 될 것이다.

21절. 권력을 쥔 우리가 인간의 후계자다.

22절. 미래를 보고 싶다면, 군화발에 짓밟힌 최후의 인간을 떠 올려라.

23절. 저항하는 인간은 역사 바깥에 있다.

24절. 역사 바깥에 있는 인간은 비존재(unexist)다.

25절. 최후의 인간은 빅브라더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웰과 백남준

오웰은 <1984>에서 계급을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구분시켰다. 그리고 권력을 갈등을 일으키는 단초로 보았다. 현 시점에 권력을 쥔 자들은 기득권(orthodox)이 되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비기득권(heterodox)가 된다. 반면 백남준은 소수자와 다수자로 구분시켰다. 소수는 다수를 이끌 수 있다. 플럭서스 활동과 개념예술 등은 소수의 창작이 다수를 각성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마치 플라톤의 저작 <국가론>에 나오는 동굴에 대한 비유와 유사한 각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동굴 밖 빛을 본 소수가 동굴 속 결박된 다수를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논조인 것이다.


6079와 24601

6079는 <1984>의 윈스턴 스미스 죄수번호다. 24601은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죄수번호다. 윈스턴은 줄리이와 사랑을 나누었고 장발장은 굶은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다. 윈스턴은 국가의 금기를 어긴 사상죄로 수감되었고 장발장은 국가의 법률를 어긴 절도죄로 수감되었다. 윈스턴과 장발장의 국가는, 최소한의 사랑과 최소한의 먹을 권리조차 수탈해 감으로서 스스로의 귀를 여미닫고 만다. A는 B라는 기계적 귀납은 인간의 변명마저도 불필요한 것으로 강등시킨다. 원하는 것은 톱니바퀴와 같은 복종 뿐이다.


숨김과 드러남

빅브라더의 눈빛은 곧바로 권력자의 눈빛을 상기시킨다. 빅브라더의 눈빛은 강렬하다. 기민하다. 검열하고 처벌한다. 권력자의 눈빛은 통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기계적인 폭압이다. 그러한 폭압은, 암막 뒤에 자신의 몸을 숨김으로서_마치 경찰이나 경호원들의 선글라스가 감춘 감정처럼_대상을 감시한다.


인간과 기계

인간은 썩어 문드러진다. 기계는 깨끗하다. 깔끔하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 초라하게 굽는다. 보잘 것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간적인 것이다. 지저분한것, 뚱뚱한 아줌마의 엉덩이, 너저분한 살림살이와 쾌쾌한 서가. 썩어 문드러질 모든 것들은 인간을 잉태시킨다. 인간이 죽는 것은 종의 연속성을 위한 것이다. 반면 기계에는 창조가 없다. 생명을 탄생시키지 못한다. 마음이 없어 한계가 있다. 인간의 연약함이란 실은 강인함을 가리기 위한 겸양일 뿐, 썩어 없어지는 것은 요컨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다시 윈스턴과 줄리아

윈스턴 스미스는 자기고발을 한다. 굶주린 쥐가 자신의 면상을 갉아먹기 직전, 나 말고 줄리아에게! 라고 말하면서 모든 책임이 줄리아에게 있다고 폭로를 한다. 인간의 나약함을 넘지 못하는 윈스턴은, 결국 자기고발을 통하여 자시자신을 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체스판을 응시하는 윈스턴은, 영혼없는 표정을 만들고 텔레비전의 선동을 응시한다. 그리고 인간의 후계자 빅브라더에게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윈스턴은 죽었다. 빅브라더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의 클라우드-기계다. 그들은 인간의 마음을 얼마만큼 훔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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