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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Fugitive essays

사이버시대의 1984

스티붕이 2012. 10. 27. 11:32


사이버시대의 <1984>


러프하게 초안을 쓴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는 진화하고 있다. 오웰의 <1984>는 단순히 이념비판을 위한 책이 아니다. 오웰은 <1984>가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평론가들은 전작 <동물농장>이 공산체제를 비판하는 알레고리로 가득차 있으므로 후작도 연장선에 있다고 추론했던 듯) <1984>는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시킬 수 있다. 첫째는 이념적 측면으로서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보편적인 견해다. 둘째는 기술적 측면으로서 기술만능 시대를 비판하는 견해다. 첫째와 둘째는 공히 인간이라는 주체가 대상으로 비하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오웰의 <1984>가 기술적 측면을 비판했던 것을 또 다시 비판했던 사례가 있는데 바로 1984년의 백남준이다. 백남준은 1984년도에 기술만능시대를 비판했던 오웰을 위시로 해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오웰의 사고를 비판했다. 백남준은 위성 퍼포먼스를 통해서 1984년도의 기술이 오웰이 그렸던 것 처럼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에 가깝다는 생각으로 그의 기술비하에 대해서 새롭게 비판했던 것이다.


반면 이념적 측면의 비판은 보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1980년대 초 영화 <블레이드 러너> 라던가 <브라질>, 그리고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는 오웰이 그렸던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오히려 넘어서고 있는데, 그들이 전착했던 주요 소재는 바로 근미래가 던져주는 암막한 사회의 환경과 그 지배자에 대한 세계관이었다. 체제의 파시스트는 공산체제의 독재자가 아닌 테크노크라시를 거머 쥔 미래의 권력자들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권력을 탐하는 인간 그리고 잔악무도한 기계 등으로 묘사되어 대중으로서의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냉전체계는 종식됐다. 동독의 장막은 해체됐고 구 소련은 붕괴했다. <1984>가 그리고 있었다던(평론가들의 주장) 공산체제의 비판은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그렇지만 오늘날에 들어서도 오웰의 담론은 끊이지 않고 회자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빅브라더와 텔레스크린의 검색어는 21세기에 들어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하루키의 <1Q84>가 인구의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다. 베스트셀러 코너의 1위자리를 몇 주간 거머쥐는 기염을 토하던 하루키 열풍. 그 진앙은 오웰의 <1984>로부터 차용을 해 오고 있었다고 하루키는 언급하고 있었다. 하루키가 바라보는 <1984>의 변용은 바로 리틀피플이다. 리틀피플은 눈에 보이던 빅브라더가 그 스스로 위장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 존속해 대중의 사고 속으로 편입되어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루키는 그러한 추론을 확장시켜, 아오마메를 통해 하나의 달과 두 개의 달로서 드라마틱한 네러티브를 펼쳐놓게 되는 것이다.


구글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네트워크 시대에 들어 사이버 세계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과하게 수집을 하는가하면 인기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대게 인수해 그들의 시스템 아래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외 언론에서는 사이버 시대의 빅브라더라는 비판으로서 구글을 질타하는가 하면, 그와 같은 방법론을 유지하는 거대기업들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오웰의 망령으로 지탄을 하기도 한다.


<1984>는 공산체제의 붕괴이후에도 여전히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웰이 선언했던 공산주의 비판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상정해 둔다면, <1984>는 단순히 이념비판의 책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루키의 묘사를 덧붙인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시대에 진입해 있다고 가정해 보면, 빅브라더와 같은 절대자는 네트워크 망에 기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는 그와 같은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그러한 사고의 영화들을 추슬러 내면 오웰이 지적하고 있는 디스토피아의 미래가 일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인간이 소비대상과 목적대상으로 전락해 상품화 또는 교환가치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것. 앞으로서의 세계는 사이버 망의 권력화로 인해 사이버 시스템을 거머쥔 권력자가 전뇌화 된 대중의 뇌를 지배하게 되는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1984>는 단순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나누는 이념적인 측면의 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사이버 시대의 빅브라더와 도구화 된 인간이나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 가능해 진다. 사이버시대의 <1984>는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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