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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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Sound of city

신이 말하는 법

스티붕이 2012. 7. 20. 14:44

Sound 0038/ 1984


신은 이런 식으로 얘기하곤 하지. 예컨대 전철에서 내릴 즈음, 나는 가방을 들고 좌석에서 얼어나, 출입문 앞을 바라보고 서서는, 차창에 반사된 내 얼굴을 망연히 바라다보지. 유리 너머엔 비가 내리고 있어. 조야한 물방울이 창밖에 튀어서는, 풍경을 한 두 치 왜곡 시키고 있는 거야. 그럴 땐 짧은 섬광이 머리를 지나, 나는 좌석으로 되돌아가 두고 내릴 뻔 했던 우산을 집어 드는 거야.


때로 신은 이런 식으로도 얘기하지. 지음인의 입을 통해 말하는 거야. 당신이 잠들던 사이. 신은 지인의 꿈속, 혹은 사념 속에 들어와 기묘한 메시지를 각인시켜 놓지. 어느 날은 친구와 잡담을 나누다, 가벼운 신변잡기 속에서 마음 속 울림, 이른바 심적 감동을 느끼게 되는 거야. 자신이 찾던 대답이, 혹은 실마리가 우연한 것 가운데 떠돌고 있었던 거지.


우리가 자연을 보고 감동을 느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야. 신은 이미, 광활한 자연 가운데 그의 메시지를 심어 놓고 있었던 것이니까. 하지만 마음이 메마르면, 감동은 고사되지. 사멸되고, 외적 성장에 파묻혀 내면 성장은 시력을 잃지.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야. 당신의 주도권은, 내외면 어디에 있던가? 그리고 사방을 아우르는 신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었던가? 그런 것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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