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겨울 옷 본문
Sound 0037/ 1984
겨울이 좋아. 왜? 두꺼운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야. 숨기고 싶은 게 많은가 보지? 응. 어떤 작가는 어떤 책에서 이렇게 말하더군. 어떻게? ‘그래서 나는 내 안으로 숨어들었다.’ 글쎄. 전후 맥락을 몰라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 알 필요는 없어. 나도 앞뒤는 생각나지 않아. 단지 그 문장만 생각날 뿐이야.
넌 정상이 아냐. 누구나 너처럼 숨고 싶어 두꺼운 옷을 입진 않아. 또 그것 때문에 겨울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내가 보기엔, 네 마음엔 너와 다른 많은 인격이 살고 있는 것 같아. 그것을 가리고 싶어, 차단하고 싶어 세계와 결별하고 사는 거지. 그런 식으로 세계와 구별 지으려는 넌, 솔직한 사람이 아니야. 그건 확실해.
난 두꺼운 옷을 입고 눈길을 걷고 싶어. 걷다, 그렇게 숨고 싶어. 눈부신 화이트 아웃, 끝없는 지평과 반복되는 눈 소리, 발자국. 그리고 멀리 까마귀가 날지. 비참한 소리를 내고, 농토 겨울의 부실한 먹이를 먹어 허약한 비상을 하지. 그런 것들 말이야. 느끼고 싶어. 두꺼운 옷을 입고, 북극성과 함께 말이야. 그렇게 넌, 네 안으로 숨어드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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