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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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Sound of city

설국의 그리움

스티붕이 2012. 7. 20. 14:38

Sound 0035/ 1984


나는 설국 어느 지점에 이르러, 눈 덮인 전나무를 향해 소리쳤다. 사랑하고 싶어. 그렇게 사라지고 싶어. 지천의 하얀 수목은, 고요한 소리로 눈서리를 흩뿌렸다. 멀리 까마귀가 날고, 잔설 일부가 퍼덕이던 날개아래 요란했다. 목소리는 메아리쳤다. 그것은 기다리던 수목 속에 천천히 사라져갔다. 외로웠다.


얼마를 망연히 서 있자, 노랗던 태양은 석양이 됐다. 새빨간 초승은, 북으로 비죽한 황금 전나무를 머금더니, 고고히 일어섰다. 북극성은 그즈음 찾아왔다. 그리고 말했다. 다가와 몸을 녹이렴. 사는 것이 두려울 때, 네 마음이 차갑게 얼었을 때, 다가와 몸을 녹이렴. 그렇게 위로 해 줄 테니, 다가와 몸을 녹이렴.


나는 그렇게 하얀 눈밭에 엎드려, 북극성과 면면했다. 대화했고, 얘기 나눴다. 추위도 아랑곳없이, 차분히 내리던 설국의 함박을 맞으며, 또 눈물 흘리고 북극성과 마주했다. 그렇게 여명까지 마주했다.

 

몽환이 끝나자, 도시에 이르러 내 삶은 제자리를 찾았다. 다른 의미로, 군무 일부에 흡수되고 있었다. 나는 생의 고락을 다시금 감내했다. 북극성의 위로는 망각됐다. 내 삶은 또 다시 별 없는 우주가 됐다. 어두웠다. 나는 세계에 있어 무가해졌고, 그만큼 무가치해졌다. 직장을 오가는 발걸음, 묵직한 퇴근길의 여로. 건조한 생의 인두겁이 거울에 솟아, 자신의 반영은 내 눈을 응시했다. 채근하는 도심 고통은, 그 고통에 스스로 눈을 멀게 만들고, 바쁜 것이 도시인의 활기찬 삶의 표상이라 자신시키며, 스스로 안위하게 만들었다. 그것엔 감정의 부족이나 이성의 넘침이 없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기류로 각자 주위를 맴돌아, 불가근불가원의 미묘한 반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넘칠 것도, 그렇다고 부족할 것 없는 거리로.


나는 아련한 사랑의, 그러나 본질적인 부족의 갈망 같던 실족을 느꼈지만, 냉담한 도심의 삶을, 그런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어느 면으론, 만족하고 있었던 것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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