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Clip] 1984 & FRAME : Flame of democracy 본문
Artist note
광장은 막혔다. 그러다 열렸다. 전직 대통령 죽음으로, 서울 광장은 단 하루 동안 개방이 허락 돼 있었다. 경찰 표현으로의 시위대는, 그 날 이후 한동안 광장의 초록을 볼 수 없었다. 험악한 경찰병력이 차벽으로 또 다시 광장을 봉쇄해 갔기 때문이다.
나는 그해 초부터 시위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일도 그랬거니와 시대를 갈무리 해야만 한다는 사명이 커 있었다. 어디선가 광장이 개방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닫힐 수도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채, 회사 선배들과 약속을 잡아 광장으로 향했다.
싱그러운 녹음이 사람 발길을 그리워했었나 보다. 풀 냄새가 진동했다. 봄기운 받은 들풀의 기운은 억세, 억척같은 민중들 기세로 우리를 맞아줬다. 때는 오월이었던 지라, 지천 들풀들은 바위도 들어 올릴 기세를 보였다. 우리는 광장 구석에 오롯한 자리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났다. 촛불은 켜졌다. 불길이 은하수를 이뤄냈다. 나는 파인더를 열고 바람에 흔들리는 그날의 불꽃을 기록해갔다. 지난 87년 6월의 운구가 떠올랐다. 현장에는 없었지만, 무수한 기록으로 보아왔던 이한열 열사의 운구행렬. 백만 시민이 행렬에 참가했다고 한다. 이십 년이 훌쩍 넘긴 오늘 날, 또 다른 민중의 운구가 광장을 떠나간다. 세월은 간격을 두고 있지만, 공간의 차이는 이미 존재해 있지 않았다. 이곳이 바로 어제의 민중, 오늘의 민중이 숨 쉬고 있는 바로 그 공간이었던 것이다.
두려움에 떠는 경찰은 신형 물대포와 함께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그러다 자정을 넘기는 시간이 되자, 경찰 병력은 광장 위 민중을 향해 포효를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망연히 그것을 바라봤다. 그러다 발걸음을 돌렸다. 밤하늘 별은 인공조명에 흩어져갔다. 새까만 하늘은 암막으로만 뒤덮여 있었다.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무기력한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보다 많은 사진은 일러스트서울 링크 : http://www.illustseoul.com/yonsei/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