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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Sound of city

손톱깎기

스티붕이 2012. 7. 20. 12:22

Sound 0016/ 1984  


손톱에 때가 껴, 깎고 올 것을 후회하다, 손톱 깎기 정도는 휴대 해야겠다 다짐했다. 때는, 머리를 긁고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그렇게 생기나 궁리됐다. 또는 숙주가 손톱 안에 기생해 있어, 매양 제 스스로 몸집 부풀리는 가 생각도 했다. 내가 타인 손톱을 유난히 감별하려는 날은, 내 것에 적잖은 때가 낀 날이다. 더러운 것을 음부에 숨기고, 타자 힐난의 표적을 반사시키려는, 다만 자기 방어의 표독한 심상 격에서다.


한낮이 지나, 나는 혼자만의 방으로 되돌아가 말없이 손톱을 깎는다. 백주로 자신 숨기기에 성공해 있어, 불안한 평온은 울도 우도 않는 기묘한 면상에 대면 앉는다. 적막이 고요를 덮고, 평안한 안심이 천정에 떠있다. 또각또각. 한 치 반달이 초승으로 달아나면, 그녀의 하이힐은 공중에서 바닥으로 새침이 떨어진다.


시장 선홍 전등이 여기저기, 상인 잔상이 여적이한 새벽, 배금의 유령도 거리 구석구석에 엿 끼어있다. 새빨간 캐시미어 코트의 그녀는, 한껏 움츠린 어깨로 시장을 총총히 앞서 걷는다. 나는 그녀의 매끈한 양 다리를 뒤 좇으며, 인적 없는 새벽을 에둘러 뒤 따르고 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제법이다. 안개 낀 새벽의 주인공은 시장 바닥으로, 그녀의 도도한 힐 소리에 자극돼 빨갛게 발기되어 있었다. 앞선 그녀는 그것의 흥분을 알아채기라고 한 듯, 난상한 붉은 바닥을 내려 보며 시뜻이 속삭였다. 너는 이 소리가 좋으니? 바닥은 대답 없다. 그녀는 얼마를 걷다, 난 싫어, 하고 마뜩한 기운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왜냐하면 이 소리는 내가 나에게 어른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야, 하고 쏘듯 말했다.


손톱소리가 방안을 맴돌아, 나는 더러움을 벗었다. 하지만 손톱은 이내 자랄 것이고, 앉은 하이힐은 입술을 연방거릴 것이다. 그러면 난 다시금 혼자만의 방으로 되돌아가, 등짝 구부려 그것들을 때어 낼 것이다. 말없이 손발톱을 더듬고, 우울한 한기로 침울해 할 것이다. 명약관화한 내 삶의 소소한 인과. 그러나 난 누구를 위해 때를 벗기며, 누구를 위해 그녀의 하이힐을 떠올려야 하는가?


비가 오던 월요일 아침, 전차 역에 도달해 양손 끝을 매 살폈다. 어디서부터 생겼는지, 손톱 때는 여실히 가득 차있다. 상행 전철은 도달했고, 뒤 늦은 오전 직장 남녀는 대게는, 시끄런 구두소리를 이끌며 계단을 뛰어왔다. 일상에 전면한 월요일의 가면은, 손톱을 감추고 각양 하이힐을 전차 구석에 밀어 넣는다. 나는 객차 구석에 등을 붙여 창밖을 바라다본다. 구름이 많고, 회적 건물은 공기에 산란됐다. 바람이 불어 비는 거세다. 나는 오물거린 이빨로 손톱을 뜯으며, 손톱 깎기 정도는 휴대해야겠다, 하고 반사된 차창 얼굴에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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