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엔 꽃이 피고 너머엔 꿈이 있다
괴롭다 본문
Sound 0013/ 1984
괴롭다. 삶이란 외롭고, 또한 밝다 어두워진다. 조증이나 울증이나 감정 기복은 내면에 커, 심장 속 소동은 초간을 유지로, 매양 대칭점을 오간다. 술이 뭐고 밥이 뭐며, 백이 뭐고 억이 뭐냐. 겉보기 사람은 외양을 꾸며, 본연을 감추고 오늘도 술잔을 부탁 거린다.
외롭다. 겉을 만든 내가, 그것이 지긋지긋하게 싫어, 차양하고 몸을 감싸 홀연히 분쇄 되고 싶다. 노트 속이라던가, 어디 돌덩이 그림자 아래라도, 나는 겉껍질을 벗어나 고고히 사라지고 싶다.
누가 내 이름도 부를라 치면, 나는 돌연 표정을 바꾸고 연신 입 꼬리를 들쑤신다. 인식도 없고, 마치 달팽이의 촉수마냥, 웃음은 본연의 멀리, 표피를 작열 시킬 만큼 어느새 강대해져 버리고 만다. 한숨 돌리고 내면에 돌아오면, 그러다 본능이 두려운 나머지, 내속 카르텔은 내면을 방어하느라 곤고히 성벽을 쌓는다.
그러나 이 나는, 겉과 속의 양분된 표리로 자아를 찾으며, 내가 누군가 순간에 즉자로 자문을 시도한다. 삼겹살이 입을 쑤시고 들어와 식도를 타고 곳간을 채우면, 지글지글 불탄 육편의 껍질 어느 부분은, 젓가락도 너고 깍두기도 너라 조용히 말해준다. 안경 틈으로 솟아난 육신의 여느 파편은, 코를 괴롭히고 눈도 맵게 만든다. 그저 먹고 즐기다, 유리컵을 부닥친 그 차후에, 동물이 너를 먹고, 너도 동물을 먹는 아귀의 인간으로 족하라, 더불어 귀띔도 해준다.
짧은 농이 오가고 긴 농이 사방을 감싸면, 사람은 흥에 겨워 손과 귀로 어깨를 들썩인다. 토라진 내면의 각자는 안중에 없고, 도로를 질주하는 본능만 지금에 남아, 양 볼 안구에 세워진 핏줄을 겉보기 인간이라 선언하고, 단단한 결박을 풀어헤친다.
고개를 들면 귀로는 외롭고, 밤은 깊어 어스름 불빛이 머리를 좇는다. 목숨 연명하는 매연 속 불빛은, 실은 별빛이고 하늘의 신령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술 취한 외형의 자신은, 그러나 어쩐지 내면에 미안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쥐 뜯으며, 외로운 밤하늘에 시구를 쏟아놓는다. 괴로운 신령은 흑암의 눈물로, 머리 위 어디에 차가운 이슬을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