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Sound of city

인간의 지평

스티붕이 2012. 7. 19. 18:05

Sound 0007/ 1984 

영혼이 커 갈 즈음, 청년이라면 치르는 노란 신문의 정기구독은, 성인으로 나가는 의식 가운데 하나다. 나는, 첫 신문을 구독 받은 그날을, 파란 선인장의 실족 사건으로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배달함에 빛나는 노란 신문의 위용을 감상하느라, 나는 오른 손에 들린 선인장도 잊고 있었는데, 그것을 집어 드는 순간 선인장이 바닥 아래로 떨어져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울면서 바닥을 파헤쳤다. 성인들이 몰려와 나를 말렸고, 나는 선인장을 구하느라 마루가 핏빛으로 물들 때 까지 계속해서 긁고 있었다. 손톱이 떨어지고 눈물이 머리에서 쏟아졌다. 나는 노란 신문의 신성한 구독 의식 첫 날을, 빨간 피와 파란 선인장의 앙상블로 초록에 지천으로 뒤덮어 나갔다. 나에게는 일 년 동안의 정기구독 의식이 거절 되었다. 정확히 일 년 후에 배달 된 노란 신문은 나에게, 안녕하세요, 세상을 존경하세요, 그들을 따르세요, 네 가슴의 선인장을 파내세요, 그것이 너를 죽일 것이니, 하고 말했다. 당황한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노란 신문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라며 재빠르게 일축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고, 그것은 노란신문과 나의 반목을 시작하는 분수령이 되었다. 일 년 전, 실족된 줄 알았던 파란 선인장은 내 가슴에 솟아올라, 어느새 진실의 사막을 내 안에서 갈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왜 나에게, 누구에게는 성인의 시작을 알리는 첫 행사가, 내게는 반동자로 낙인 되는 끔찍한 사건으로 도래함이, 어쩌면 운명의 정해진 행로였던가, 나는 또한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날, 그녀는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눈을 올려, 내 피부의 한 부분 한 부분을, 그곳에서 피어나는 열기 한 줌이라도, 그녀는 예의 세세하게 살펴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양 쪽으로 벌어진 그녀의 눈매는, 작은 구멍 하나로 받아들이는 내 모든 과거와 현재를 흡입하느라, 해석의 열기가 눈앞 까지 달아올라 있었다. 내 눈이 이상한가요? 나는 그녀의 눈에 집중하느라, 어느새 찡그린 눈으로 테이블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그녀의 질문에 당황하여서는, 아, 아니요, 죄송합니다, 하고 급하게 눈을 피하며 대답하고 있었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빨간색 캐시미어 코트를 벗어 왼쪽 의자에 걸어 두었다. 테이블의 노란 촛불과 눈앞으로 해석되는 빨간 열기의 지평까지, 나는 같은 색상으로 펼쳐진 그녀의 붉은 기운을, 어쩐지 두려운 마음으로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합리적인 인간이 아니 군요, 그녀가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네? 합리적인 인간요? 네, 당신은 유토피아를 건설하지 못하는 인간입니다, 하고 그녀가 의자를 당기며 말했다.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전부 합리적 인간을 전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 같이 어설픈 합리적 인간 추종자들은 존재할 수 없는 사회를, 사회는 건설하고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