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Fugitive essays

무저갱 그리고 껍질

스티붕이 2010. 3. 3. 00:20

혼자 있는 조용한 방, 적막한 소리가 소음을 만든다. 공기가 없다. 부유하는 것은 먼지, 그리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대자로서의 나. 몸을 벗어난 어떤 생각은, '너는 누군가' 하는 지점으로 회귀해 간다.

바쁜 일상, 소란한 물질이 사방을 감싸면, 존재에 대한 사유는 표피를 뜯고 활개친다. 그러나 침잠하는 혼자만의 방으로 되돌아 오면, 조용한 사방이 나즈막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무덤을 판다.

무저갱, 그리고 껍질. 창문을 열자 차분한 바람이 분다. 얼마나 유약했던지, 그나마 몸을 덮고 있던 표피는, 입김 바람만에도 훌훌 떠나가 버렸다. 남은 것은 벌거 벗은 무덤 위 나. 그리고 당신의 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