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Fugitive essays

도시의 쓰레기에서 증거를 찾다.

스티붕이 2012. 8. 19. 20:06


잠 깬 도시민이 있다. 잠 깬 도시민은, 시끄러운 도심과 죽은 듯이 보이는 새벽을 걸으며, 쓰레기 더미를 뒤척이고 있다. 그가 보는 쓰레기 더미는, 이틀 전 먹다버린 스타벅스의 일회용 컵이며, 오늘 아침 읽고 버린 조간신문 등으로 빼곡하게 구겨져 있다.


잠 깬 도시민이 찾는 것은 시대의 증거다. 도시의 쓰레기 더미는, 일정한 상사를 그리며 도심 이곳저곳으로 상징을 담지하고 있다. 그러한 상징이 남긴 흔적의 상사들은, 시대의 증언을 내포하며 그 스스로가 보잘 것 없는 쓰레기 더미로 변용(transfiguration)되고 있다. 즉 교묘한 수법으로 은닉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잠 깬 도시민이 찾는 것은 변용 전의 증거다. 그 증거는, 비트겐슈타인의 용법에 따르자면 동족유사성(family ressemblance)의 집합이며 바라봄의 대상들이다. 우리는, 한 명의 광기 들린 도시민을 통해 전체주의 시대가 지닌 본래성의 집합들을 발견해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시의 쓰레기에서 증거를 찾다>에 관한 필로소피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