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Sound of city
소년 전갈
스티붕이
2012. 7. 20. 12:49
Sound 0024/ 1984
양비다. 성공도 실패도 없다.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경계인의 시선엔 그저 무의미할 밖. 뜨거운 광야에 핀 조악한 사향나무는, 차가운 뿌리를 두고 건조한 줄기를 세워놓는다. 찾아오는 손님은 새까만 전갈 정도. 불어오는 바람에 귀를 닫고 해 지는 지평선 속 석양을 물끄러미 내려 다 보면, ‘생이 이리도 건조하다니, 존재의 목적이 편부에 치우친 건 아닐까?’ 하고 자조적으로 질문하게 된다.
어느 날 소년이 찾아와 물을 뿌려주는데, “아저씨는 행복을 몰라” 하고 마뜩찮게 쏘아 붙이면, 나무는 소년의 물속에 불을 지른다. 그리고 뿌리가 타올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들 것이다. 사향나무는, “한창의 아이들에겐 강함과 약함, 정의와 악한 등만 있고 무색의 허무는 없겠지. 너희의 세계는, 그래서 밝거나 청명하기만 해. 음습한 건조 따위는 들어갈 틈도 없겠지” 하고 변론 아닌 변론을 할 것이다. 발화하는 나무는 정오의 태양보다 빛날 것이다. 전갈은 사리지고, 소년은 어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