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Sound of city

양비의 똥

스티붕이 2012. 7. 20. 12:46

Sound 0023/ 1984  

계단 위 여명이 밝았다 어두워졌다 했다. 배설을 하는 것 같다. 항문 바깥으로는, 일련의 입자가 솟구쳤다 사라졌다. 저 바깥으로는, 진정한 자유가 있을까? 천상의 유토피아? 나는 바닥에 누운 채 궁리를 거듭했다. 정상을 넘어선 초 입자의 어떤 존재가, ‘여기 구원이 있도다!’ 하고 외쳐주기만 한다면, 내게는 명약관화한 삶의 가치지향이 되어줄 것 같았다. 살해를 해도, 또는 곡해를 일삼아도, 대의를 위한 명분에 자신은 옹골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설레발치던 거짓 푯말, 앞만 보고 뛰라던 제도권 교육의 채찍들, 권위가 소리친 상명하복의 진정성과 법 제도 등의 비윤리적 억압, 파시스트들의 프로파간다에서도, 나는 초극의 입자가 증언한 가치지향의 이정표에 따라, 순전히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없었다. 실체도 없었고 증거도 없었다. 다만 사라져버려, 항문 밖 입자는 신화가 됐다. 그들은 계단을 올랐던 초인의 존재였을까? 군무의 객체? 나 같은 세인 중 하나? 다만 내가 찾고 계단을 올라, 재촉하는 집단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다.


즉자의 황망한 대답을 인정해버리면, 삶의 존재 의미가 회색으로 퇴색 될 것 같아, 두려웠다. 영육이원의 나는, 니힐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균형을 잡고 실패한 똥이 돼라. 실패한 똥이 된다면, 균형 정도는 잡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패배에 치우친 똥은, 세인의 귀감이 될 수 없다.